단 하루만에 사측의 성과급 일방 지급에 분노한 직원 693명(92.4%)이 반환 투쟁에 동참
사측의 성과급 일방지급에 맞서 투쟁중인 ING생명지부(지부장 이기철)의 통장에 잔고가 수북해 주위를 놀라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 단 하루 만에 무려 26억원에 달하는 통장잔고가 쌓인 것은 ING생명 사측의 일방적 성과급 지급에 뿔이 난 직원들이 성과급 전액을 노조에 반납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31일 무려 92.4%에 달하는 직원 693명이 자신의 성과급 전액을 노조 통장으로 반환하는 투쟁에 동참하는 기염을 토했다. ING지부 간부들은 직원들이 성과급을 반환한다고 보낸 노조 이메일 때문에 ‘노조업무가 마비될 정도’라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ING생명 직원들은 성과급의 많고 적음을 떠나 노사가 교섭을 하고 있는 와중에 사측이 아무런 합의 없이 성과급을 일방적으로 지급한 데 대해 크게 분노하고 있다. 이러한 사측의 태도는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일 뿐만 아니라 열심히 노력해 회사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직원들을 철저히 무시한 비상식적인 행태라는 것이다. ING생명지부는 2009년 12월 지부 설립 후 지난한 과정 끝에 2010년 7월 첫 단체협약을 맺었다. 이 때 성과급과 관련해서도 노사간 성실한 교섭을 통해 정하자는 내용의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합의에 따라 진행된 성과급 교섭에서 지급기준을 놓고 노사간 이견이 존재해 난항을 겪어오던 터에 사측이 일방 지급이라는 최악의 수를 던진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단체협약 위반은 엄연한 범법행위이다. 선진적 노사문화를 자랑한다는 네덜란드계 ING생명이 범법행위를 불사하면서까지 일방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불법적이고 비상식적인 노사관을 발휘해 이참에 노동조합을 제압하고 직원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의도를 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일 그런 계산이었다면 ING생명 사측의 의도는 이미 실패했다. 전 직원 성과급 전액 반납투쟁의 열기에서 보듯이 ING생명 직원들은 지금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더욱 강한 단결력을 과시하고 있다. 성과급 반환투쟁은 ‘민감한 돈 문제’이기 때문에 결코 성공하기 쉽지 않은 고난이도의 투쟁 전술이다. 4월 1일자 노조 소식지에는 본사 25분회가 쓴 응원 글 “수석분회장의 탁월한 지도 아래 마눌님이 성과급 반환완료 했답니다”라는 내용이 눈에 뛴다. 반환을 하더라도 결정에 앞서 가족들의 양해를 구해야 하는 등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단 하루만에 90%가 넘는 직원들이 반환투쟁에 동참했다는 것은 현재 ING생명지부의 조직력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