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금융 노동자 시국선언 -

  국정원 직원의 댓글 공작 의혹으로 터져나온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경찰, 검찰 등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총체적 정치공작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국가기관이 앞장서 국민을 상대로 댓글 공작을 벌이고, 이를 엄정하게 수사해야 할 경찰이 조직적으로 그 진상을 은폐하고 기록을 파기하는 데 가담했다. 또한 검찰은 전 국정원장 원세훈을 온갖 꼼수를 부려 구속하지 않았다. 이는 수많은 국민들이 피로써 쟁취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범죄행위다. “박정희 때는 군인이 청와대 들어와서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지금은 국정원이 댓글 달아서 쿠데타 일으켰다”는 세간의 말이 작금의 사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저들은 이 사태의 진실을 가리기 위해 온갖 추악한 짓을 서슴지 않았다. 얼마 전 발표된 동영상을 보면 경찰이 지난해 말 어떻게 진실을 덮었는지를 알 수 있다. 수사관들이 주고받은 말은 이렇다. “지금 댓글이 삭제되고 있는 판인데 잠이 와요?”, “이건 언론 보도에는 안 나가야 할 것 아냐”, “나갔다가는 국정원 큰 일 나는 거죠”, “(증거 문서들은) 다 갈아버려요.”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국정원의 지팡이’인 듯하다.

진실이 이러함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국정원에게 스스로 개혁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이 모든 범죄행위의 가장 큰 수혜자가 마치 보답이라도 하듯 국정원에게 ‘셀프 개혁’을 주문했으니 개그콘서트보다 더 웃긴 일이다. 더욱 기막힌 것은 박근혜 정부가 사이버안보를 총괄하는 기능을 국정원에 맡기려 한다는 것이다.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겠다는 것이고 강도질로 강도질을 덮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국정조사 시늉만 내는 새누리당은 결과적으로 국회의 권한 자체를 무력화시킬 것이며, 이런 식으로 하면 쌍용자동차 국정조사가 실시된다 해도 진실규명은 고사하고 또다시 수구여당에게 끌려다니게 될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제1야당인 민주당은 작금의 사태에 제대로 된 대응을 조금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새누리당의 방해 공작에 질질 끌려 다니며 무능과 한심함만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종북’과 ‘NLL 사수’ 프레임에 갇혀 계속 김 빼는 구실만 했다. ‘남재준 사퇴’는커녕 ‘진선미 사퇴’만 양보했다. 심지어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평택 해군 2함대를 방문해서 “NLL을 사수하는 데 목숨 걸고 앞장설 것”이라며 다시 새누리당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결국 더워서 국정조사 못하겠다는 새누리당에 동조해 국정조사기간도 단축해 버렸다.

이런 민주당이 추진하는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규명과 사태 해결이 될 것이라고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국정조사는 새누리당의 방해 공작과 민주당의 무능 속에 껍데기가 되어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은 국회 문을 닫고 거리로 뛰쳐나와 국민들과 함께 대대적으로 촛불을 들어야 한다.

원세훈 전국정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민주노총을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고는 “더 이상 우리 땅에 발 붙이고 살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국정원 조직을 동원해 노동자들을 탄압했다. 국정원은 노조 간부, 민주적 시민사회 단체, 진보적 인사들을 포함한 민간인에 대한 불법 사찰과 종북‧좌파몰이를 자행했다. 국정원은 정부정책에 반대하면 모두 종북세력으로 규정, 무고한 사람들을 국가보안법으로 옭아맸다.

지금 수많은 시민들이 국정원에게 납치된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촛불을 들고 있다. 우리 사무금융 노동자들은 거리의 촛불과 함께 하며 선배들이 피로써 이룩한 민주주의와 노동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개혁’ 운운하며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하고 관련자 전원을 구속·처벌하라. 또한 국가안보와는 전혀 무관한 정치공작기구 국정원을 당장 해체하라. 정부가 이런 국민의 요구를 가벼이 여기고 부응하지 않는다면 파도처럼 거대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