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인터뷰 !

“메이데이 집회 우리는 이렇게 참가했다”

메이데이 집회에 대한 단위노조들의 활동이 많이 관성화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에는 특별히 조직하지 않아도 많이들 모였고, 전야제에서 함께 어울려 술 한잔 하는 것도 큰 즐거움 이었다. 그런데 요새는 상근간부들 1-2명 참석하고 마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이번 메이데이 집회에 특별히
100여명 이상의 조합원을 참가시킨 단위노조들이 있다. 지역집회를 포함해서 130명이 참가한 신한생명, 그리고 가족을 포함해서 120명이 서울대회에 참가한 우리투자증권노조다. 해당노조의 간부들과 함께 연맹 앞 구 경희궁터 잔디밭에서 이번 123주년 세계노동절대회 참가 후기를 듣기로 했다.

진행(정소성 교선실장) : 이번 노동절 집회에 사무연대노조는 49명, 코스콤지부 19명 등 조합원 대비 20%에서 40%를 참석시킨 조직들도 있지만, 이 노조들은 평소 매니아층(?)이 비교적 두터운 조직이고(웃음)...올해 123주년 세계노동절대회에 특별히 100명 이상 참가한 두 조직을 모셨다.

올해 메이데이 행사에 많은 조합원들이 함께 했다.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는지, 또 어떻게 조직했는지 말해 달라.

“조합원들에게 노동자의 현실을 직접 느끼게 해 주고 싶어”

“영상자료 보내고 지방순회하며 교육 통해 참석 독려”

이형철(우리투자증권) : 우리투자증권노조 집행부는 위원장 빼고 모두 노조(상근간부)가 처음이다. 작년 한햇동안 열심히 배운다는 자세로 활동을 했다. 그런데 작년 메이데이 때 집회에 가보니 상근중심으로 참석한 우리 노조가 좀 초라해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노동절 행사만큼은 조합원과 함께 하자고 결심하고 1년동안 열심히 조직했다. 우선 분회 간담회 때 방문할 때마다 메이데이 집회 참석을 독려했다. 간담회 후에도 리스트업을 해 놓고 주기적으로 확인도 했다.

그런데 사무직 노동자는 아직 노동자라는 정체성이 약하다. 노동이라는 단어도 어색해 하고. 노조가 말로 백날 떠들어 봐야 소용 없고, 오히려 감성적으로 직접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노동조합에 대해 쉽게 설명된 자료를 모았다. 여러 잡지에 실린 글들, 인터넷에 떠 도는 노동절 소개 영상, 특히 하종강 소장의 ‘세상을 바꾸는 시간’등 동영상 강의는 기회 있을 때마다 노조 중간간부들과 조합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지방 돌면서, 노조가 왜 필요한지, 연대가 왜 중요한지 교육”

이창욱(신한생명) : 작년에는 운영위원과 간부들 위주로. 주로 수도권 대의원들을 중심으로 홍보했다. 조합원들에게는 홈페이지나 인트라넷 망을 통해서 홍보를 했다. ‘가자 가자’하고 조직한 것은 주로 간부들에게만 했었다.

올해는 직접 위원장님이 지방을 돌면서 노조가 왜 필요하고 연대가 왜 필요한지 교육을 했다. 그러면서 5월 메이데이 대회 때는 같이 참가하자고 독려했다. 이렇게 해서 전국적으로 조직화가 되었다. 작년만 해도 지방권 참석은 많지 않았는데, 올해 연맹에서 보내 준 권역별집회 장소도 보내주고 참석을 독려한 결과 올해는 서울에서 80여명, 지방에서 50여명이 참석했다. 권역별 집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인증샷을 보내오기도 했다. 또, 남들 다 쉬는 날인데 집회에 참석하려면 뭔가 동기유발이 필요하다고 봐서 챙겨줄 메이데이 선물을 준비하기도 했다.

신한생명 지부는 서울 수도권 대회에 80여명의 조합원이 참가했다. 사진은 시청앞 광장에 집결한 신한생명 대오의 모습이다.

신한생명 지부의 조합원들은 지역별로 진행된 권역별 집회에도 5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은 강원, 부산, 대구, 전북지역 권역별 집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노조로 보내 온  인증샷!

참가한 조합원들의 소감이 궁금하다. 어떤 반응인가

“조합원 대부분 참가경험 없어, ‘놀랍다’는 반응이 많아”

이창욱(신한생명) : 지방대오의 메이데이 행사 참여는 처음이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지 몰랐다는 반응들이 많았다. 서울지역 대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처음 접하는 직원들은 아무래도 감성적인 접근이 많았다. 노동계 현안들에 대해 방송으로만 접하다가 현장성 있는 얘기를 들으니까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인생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도 되지 않겠나 싶다. 아쉬운 점은 참석한 이후에 대해서 충분히 챙겨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후기를 받는다든지 뭔가 참석한 이후 (발전의 계기)를 충분히 만들어주지 못했다.

이형철(우리투자증권) : 게시판에 올라온 평은 대체로 ‘놀랍다.’ ‘참석자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고 우리노조에서도 이렇게 많이 올 줄 몰랐다’ 대체로 재미 있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우리가 살면서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차도를 행진하는 경험을 자주 할 수 있겠나. 아쉬운 점은 이번 행진이 너무 짧았다는 점이다. 길게 행진하면서 중간 중간 문선도 넣고 했으면 좋았겠다. 그 점이 많이 아쉬웠다.

사회 : 이번 메이데이 행진이 좀 궁색하기는 했다. 행진 차선도 좁았고 재정난 때문에 방송차량도 1대 밖에 배치를 못해 뒷대오는 잘 안 들렸다. 시청 본대회도 짜임새가 없고 연사중심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노동절 집회 등을 조합원과 함께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연맹이 현장의 어려움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아쉽다”

이창욱(신한생명) : 메이데이 집회 참석은 집행부의 노력과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대외적으로 꼭 필요하고 우리 조합원들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집회는 적극적으로 조직할 생각이다. 작년에는 너무 자주 있었던 거 같기도 하다. 연맹에서 무게중심을 잘 잡아서 집중점을 잘 찾으면 좋겠다.

이형철(우리투자증권) : 집회 조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조합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교육을 좀 강화해서 (조합원들이) 노동자의 시각을 갖출 수 있게 교육사업에 많은 비중을 두려고 한다. 모아서 하는 교육은 너무 어렵다. 동영상등 다양한 교육방식과 매체가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우리투자증권 조합원들은 대부분 메이데이 집회에 처음 참석했다. 조합원들은 메이데이 집회의 규모 보다도, 동료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것에 놀라워 했다.

123주년 세계노동절 본대회가 열린 시청앞 광장에 모인 우리투자증권 대오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연맹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를 들려달라.

이창욱(신한생명) : 연맹의 여러 회의단위에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들어서 특별히 할 말은 없다. 다들 어렵다고 하는 시기에 연맹차원에서 집중하고 지원해야 할 사업장이 많이 있을 것인데...연맹이 잘 단결하고 단합해서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형철(우리투자증권) : 증권의 경우에는 연맹, 산별, 민주금융 이렇게 3개로 나뉘어져서 4분오열 되어 있다. 이렇게 되니까 일관된 목소리를 못 낸다. 조직이 깨지는 것이다. 연맹도 그런 상황인거 같다.

현장은 정말 어렵게 조직한다..정말 어렵다. 말하기는 쉬워도 정말 죽을둥 살둥 하면서 만들어 가는 거다. 그런데 연맹이 현장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 같아 아쉽다. 할 수 있는 사업도 많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