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판 ‘빅 브라더’가 출현하는가

연맹, 보험정보일원화 세미나 앞서 보험정보원 설립반대 기자회견 개최

 
연맹은 지난 1월 21일(월) 오후 2시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 정문 앞에서 ‘졸속적인 보험정보원 설립중단 촉구를 위한 사무금융연맹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보험정보원 설립 시도가 정보독점과 권력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과 금융위원회의 특정기관 편들기에 대해 강하게 성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주룩주룩 내리는 겨울비 속에서도 연맹과 사무금융서비스노조 임원과 생명보험업종, 손해보험업종의 많은 간부들, 그리고 양 협회 간부 조합원등 60여명이 참석했다.

박조수 연맹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개인정보와 신용정보 집중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금융위가 이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려 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규은 생명보험협회노조 위원장과 박남준 손보협회지부장도 이번 ‘보험정보의 집적집중을 위한 세미나는 보험정보원 설립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금융위원회의 꼼수이며, 토론 패널들이 일방적으로 보험정보원 설립에 찬성하는 논자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금융위원회의 행태를 맹렬히 비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석자들은 세미나실 밖 로비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며 “졸속적인 보험정보원 설립을 반대한다” “금융위원회는 각성하라” “정보독점 권력화를 경계한다”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편, 세미나의 주최측인 보험연구원의 김대식 원장은 ‘금융위원회와는 관련이 없고 순수한 보험연구원의 세미나’라고 주장했으며, 패널들이 찬성자 일색이라는 참석자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2-3차 세미나를 통해 반대의견을 충분히 듣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해명했다. 보험소비자협회 김미숙 대표는 보험소비자의 의견은 어디에 있는지, 왜 회의참가자가 제한되는지 격렬히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유주선 강남대 법학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보험정보 집중 체계의 법률적 문제점과 대안 모색` 논문을 통해 보험정보를 집중해 공유할 필요성은 있으나 개인정보 남용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보험정보의 집중은 국가가 기업의 보험정보 업무에 대해 어느 범위까지 개입하도록 해야 하는가의 문제"라면서 "민간기관을 통한 자율 규제를 지향하면서 그 민간기관을 통해 통제하고 관리하는 간접적인 방법을 취하면 선진국 수준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미나는 발제이후 지정토론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플로어와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기자회견문

졸속적인 보험정보원 설립을 반대한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보험정보의 집중과 효율화’라는 명분으로, 현재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보험개발원 등 보험유관기관의 설립 목적과 업무범위에 따라 분산되어 오던 보험정보를 집중한 보험정보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업계는 업계대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고, 주변에서는 ‘새로운 자리 만들기’나 ‘특정기관 (보험개발원) 편들기’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등 난맥상을 연출하고 있다.

  보험정보는 보험소비자인 대다수 국민들의 개인정보와 신용정보가 포함되어 있어, 효율성만으로 정보의 집적과 집중을 검토하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정보는 물론 공제조합의 정보를 한곳에 모으고, 나아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정보까지 확대 연결하겠다는 것은 ‘보험판 빅브라더’의 출현을 연상케 한다.

보험정보의 독점화는 페쇄성을 낳게되며 권력화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자리가 만들어진다. 조지오웰이 경고한 것처럼 빅브라더의 출발은 정보수집과 독점이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민병두 의원이 ‘보험정보원 설립은 급여-비급여 정보의 집적을 망라하게 되어 결국 급여항목에 대한 진료비 정보만 갖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능가하는 정보우위에 서게 될 것’이라며 보험정보원 설립을 반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것이다.

  더욱이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에서도 보험정보원으로의 정보 집중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보험정보를 한곳에 집적하더라도 정보의 상이성으로 인해 표준화가 어려워 물리적 공간만 통합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라고 한다. ‘기관간 정보가 분산되어 있다고 해도 네트워크로 연결, 업무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보험정보 일원화는 명분에 불과하고, 금융위원회가 관리감독의 편의성을 추구하면서 특정기관에 힘을 실어주는 특혜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이해당사자라는 차원에서 소비자단체나 시민단체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비용절감이라는 차원에서 찬성하는 반면, ‘건강보험하나로 시민회의’나 ‘복지국가 소사이어티’등 시민단체들과 보건의료노조등 노동계까지 민영의보 도입의 전단계로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정보가 민간기관에 유출된다는 점에서 적극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우리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은 산하 6만여 금융산업 노동자를 대표하여, 보험정보 집중기관을 단일화 하는 문제는 관(官)주도로 졸속 추진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두는 바이다. 아울러 업계와 보험소비자, 보험산업 노동자를 아우르는 국민 모두가 이해당사자인 상황에서, 기본적인 의견수렴조차 하지 않고 논의에 찬성하는 사람들만 가지고 진행하는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할 뿐이라고 단언하며, 금융위원회가 보험정보원 설립시도를 즉각 중단하도록 엄중 촉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