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얼싸안고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희망버스 타고 울산 현대차에서 부산 한진중공업까지

지난 5일 오후,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 시국회의 (이하 시국회의)’는 ‘다시 희망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희망버스를 모았다. 전국에서 서른 두 대의 버스가 울산 현대자동차앞 송전탑농성장을 거쳐 최강서 열사 분향소가 있는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앞으로 모였다. 시국회의는 ‘최근 5명의 노동자가 연이어 세상을 등지고 있는 현실의 참담함 때문에 차마 희망버스라고 부르지 못하고 다시 희망을 만들자는 이름을 내걸었다’고 밝혔다.

연맹은 40여명이 참석했다. 연맹임원사무처(6), 산별임원사무처(7), 골든브릿지(11), 사무연대노조(5), ING생명(3), 농협노조 본조(2), 그리고 금융투자협회, 우리아비바, AIA생명, 현대해상등에서 1명씩 참석했다. 이중 35명은 9시 30분에 광화문 대한문 앞에 모여 11호 버스편으로 함께 이동했다. 11호 버스에는 우리 연맹 외에도 총연맹 사무처와 써비스연맹 간부들과 희망연대노조, 서울일반노조 참석자들도 동승했다. 이십여년간 민영화 저지투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 도로치바를 지원하는 국제연대위원회 소속인 히라야마씨도 11호 차를 탔다. 이동 중에 모든 참석자들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철탑농성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손 편지를 썼다.

최병승동지와 천의봉동지가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 명촌 주차장 송전탑에 서울 참가자들의 희망버스가 도착한 시간은 예상보다 1시간 가량 늦은 오후 4시 30분. 참석자들은 진행중인 결의대회에 바로 합류했다.

강성신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 박현제 금속노조 울산비정규직지회장등이 연단에 올라, 투쟁에 함께 한 전국의 희망버스 참석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아울러 지난 2004년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고 대법원 판결을 받아내기까지 온갖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여전히 사측의 불법적 탄압과 손배소송에 고통을 당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의 경과와 의의를 공유했다.

고공 농성중인 최병승 동지와 천의봉 동지도 철탑위에서 연신 손을 흔들며 참석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팔뚝질을 했다.

최병승 동지는 “오늘 대회에서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까 지난밤 내내 고민하다가, 내 마음을 가장 잘 전할 수 있는 것이 일기라는 생각에 몇 장을 낭독하는 것으로 대신하려 한다”고 말하고 철탑 농성중에 있었던 일화들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등을 표현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기도 했다. 최병승 동지는 ‘현대자동차에 굴복하지 않고 노동자의 자존심을 지켜온 우리가 비정규직 철폐운동의 선봉대로 서겠다’는 결의를 밝히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조직별로 쌀과 부식등을 전달했으며, ING생명노동조합도 투쟁 기금을 전달했다. 버스에서 작성한 희망의 손편지는 철탑 아래에 있는 희망우체통에 보내졌다.

                최병승, 천의봉 동지가 81일째 고공농성중인 울산 현대자동차 명촌 주차장 철탑 아래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오후 5시 반, 이제 희망버스는 부산으로 향했다. 버스는 거의 2시간 가량을 달려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앞에 도착했다. 좁은 도로와 광장앞 인파, 그리고 차량들의 회차로 인한 체증, 이제 막 도착한 대오들에게 나누어지는 국밥과 배식 줄서기, 여기저기 삼삼오오 쭈그려 앉아 허기를 때우는 참석자들이 뿜어내는 입김과 열기가 어둠에 잠기려는 부산 영도 바닷가를 흔들어 깨웠다.

                     결의대회를 마치고 버스에 타기 전 참석자들은 고공농성중인 동지를 바라보며 연대와 결의의 노래를 함께 불렀다.

오후 8시를 넘어서자 추모제가 시작되었다. 비상시국회의는 선언문을 통해 ‘박근혜 당선자가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서 어떻게 소통하겠다는 것인지 답하라’고 촉구했다.

고 최강서 열사의 부인인 이선화 씨는 “남편이 그렇게 힘들어 하고 있었는데 잘 몰랐다. (나는) 민주노조로 돌아오란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는데 남편은 동지들이 지회로 돌아오라고, 돌아와서 꼭 승리해 달라고 유서에 썼다”면서 “제발 돌아와서 남편의 소원을 들어주고 우리 아이들 아빠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남편의 장례를 빨리 치를 수 있게 해 주시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추모제는 귀경시간과 참석자들의 분향시간을 고려하여 10시경 끝이 났다. 참석자들은 참가조직별로 분향하고 최강서 동지의 명복을 빌었다. 자정이 가까워 오는 시간에 희망버스는 다음을 기약하며 전국 각지로 흩어졌다. 또 다시 추모제의 연단에 서게 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의 추모사를 소개한다.

사진은 11호 버스에 동승했던 오키야마씨가 철탑 농성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손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