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동지 여러분! 2013년 계사년의 새해 새아침이 밝았습니다.

희망과 빛나는 미래의 비전으로 한해를 맞이하기에는 어쩐지 가슴 한구석이 답답하고 먹먹해지는 것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빼앗긴 노동기본권을 되찾기 위해 총선과 대선 승리를 염원했지만 우리는 이기지 못했습니다. 선거결과는 오히려 자본과 보수 정권에 더욱 큰 자신감만 안겨주었습니다.

이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가진 자들이 구축해 놓은 제도와 사회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다함께 더불어 사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우리의 바램은 이제 접어두어야 하는 걸까요?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단순히 선거결과가 아닙니다. 지난 1년 내내 노동운동은 지지부진하고 지리멸렬한 모습을 면하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우리의 정치적 지향점을 명확히 세워내지 못했음도 아프게 고백합니다. 진보 정치의 분열에 따른 혼란의 탓도 있겠지만, 우리 스스로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하나가 되어 우리의 의지를 표출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답하지 못하였습니다.

분명히 위기였고, 위기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지도, 마련할 생각도 해 보지 않은 채 무력하게 보내 버린 한 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해 말, 깊은 절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5명의 노동자들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정권과 자본의 극심한 탄압 속에서 어디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발견하지 못한 동지들은 스스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2012년 겨울의 절망은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셨던 70년 겨울 보다도 훨씬 더 엄혹했습니다. 5명의 노동자들이 생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고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어떤 충격도 반향도 없습니다. 이런 현실은 우리가 노동운동의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서 얼마나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한 것인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이제 노동운동, 특히 정규직 중심의 노동 운동이 더 이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민중들을 설득하지도 감동을 주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아프게 인정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무금융연맹 조합원 동지 여러분!

지난 한 해는 우리 연맹과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에게도 정말로 힘든 한 해였습니다. 우리 내부의 갈등으로 힘들었을 뿐 아니라, 그 갈등으로 약해진 우리의 빈 틈을 파고드는 자본의 날카로운 칼날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ING생명의 동지들은 힘든 파업 투쟁을 잘 마무리하고 현장에 복귀했지만, 영하 16도를 오르내리는 한겨울 추위에 맞서 파업투쟁 250일을 넘기고 있는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동지들의 싸움은 끝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미 동지들이 누구보다도 잘 아시겠지만, 올 한햇동안 경기 침체와 금융 위기 여파, 그리고 구조조정의 칼끝을 피해나갈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업종이나 사업장은 없습니다. 투쟁하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이제 더 이상 주변 환경, 정권과 자본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더 이상 주저하거나 분열해서 단결된 투쟁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뼈저린 후회 속에 한해를 마무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87년 민주화 투쟁과 함께 탄생한 우리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은 지난 25년 동안 우리들의 생존권과 고용을 위협하는 정권과 자본에 맞서 한결같이 투쟁해 왔습니다. 위기라고 해서, 탄압이 심하거나 혹은 덜하다고 해서 투쟁의 고삐를 늦춘 적은 없습니다. 다가올 5년이 엄혹하다고 눈치만 보거나 싸움을 두려워 하면 모두 다 잃을 것입니다. 두려움을 떨쳐내고 강력한 투쟁에 나섭시다. 주저하지 맙시다.

더 큰 단결과 투쟁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갈 때입니다. 절망, 포기, 죽음을 떠올릴 것이 아니라 단결 투쟁, 희망, 끈기를 머리 속에 그려 봅시다.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되어 더 큰 산별 노조 건설과 하나의 구심으로 거듭 태어나는 연맹의 일원이 되기 위해 다 함께 노력합시다.

2013년 1월 4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위  원  장     박  조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