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이 허물어진 삶은 의미 없는 삶”

한진중공업 최강서 동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이운남 동지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 21일 한진중공업 고(故) 최강서 동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데 이어 22일 오후 5시에는 현대중공업 이운남 동지, 그리고 청년활동가 최경남 동지가 또 세상을 떠났다.

작년 9월 희망버스로 김진숙 지도위원이 85호 크레인에서 내려오고 해고자 92명이 복직하면서 우리의 기억에서 한진중공업은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었다. 그러나 사측은 곧바로 무기한 휴업발령, 손배가압류, 노조사무실 폐쇄를 협박하고 나섰다. 이미 오래전부터 노동자탄압으로 악명 높던 한진그룹은 전혀 변한게 없었다.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열사가 사망했고, 고 김주익 지회장이 129일, 김진숙 지도위원이 1년 넘게 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였던 한진중공업. 사측의 악랄한 손배가압류에 괴로워 하던 최강서 조직부장은 서른 다섯의 젊은 나이에 두아이를 남겨두고 목숨을 끊었다. 사측은 최강서 동지의 죽음에 넋이 나간 조합원들을 막기 위해 건물 입구를 용접했다.

“가진 자들의 횡포에 … 심장이 터지는 것 같다. …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 죽어라고 밀어내는 한진 악질 자본. 박근혜가 대통령 되고 5년을 또 … ”

그의 유서는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정리해고와 노조 탄압에 시달려 온 많은 노동자들이 이번 죽음을 남의 일같이 여길 수 없는 이유다.

그리고 여기 또 한명의 넋이 절망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최강서 동지의 죽음을 전해듣고 괴로워하던 고(故) 이운남 동지가 이튿날 울산 동구 방어동의 아파트 19층에서 투신한 것이다. 이운남 동지는 울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해고노동자다. 그는 지난 2003년 현대중공업 하청노조 설립에 참여해 조직부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해고 되었다.

이운남(42)씨는 동지들에게라는 제목으로 날짜 없는 메모 형식의 유서를 남겼다. 그는 유서에서 “이제 더 이상 좁은 방에 갇혀 흐느껴 울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럽습니다. 양심이 허물어진 삶은 의미 없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지들 가는 길에 희망만이 가득하길 바랍니다.라고 썼다.

26살에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에 입사한 이운남 동지는 지난 2003년 사내하청노조가 만들어지자 창립 발기인으로 참가해 조직부장을 맡았다. 그러나 하청업체는 노조설립을 이유로 그를 해고 했다.  2004년 2월 14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인터기업 전 근로자 박일수(50)씨가 비정규직 차별철폐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운남 동지는 동료 2명과 동조농성을 벌였고 3명 모두 구속됐다. 연행과정에서 그는 폭행을 당했고 심한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를 앓기 시작했다. 이후로도 노조활동을 계속하던 그는 심한 우울증으로 더 이상 견디기 힘들자 2006년경 노조업무를 그만뒀다. 생계유지를 위해 택배일을 하기도 했지만 해고자와 전과자 신분 때문에 오래 버티기 힘들었다. 2011년에는 부산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회투쟁인 희망버스에도 참여했던 그는 투신 전날 동료들에게 최강서동지의 죽음과 21일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투쟁에서 폭행당한 노동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괴로움을 토로했었다고 한다. 장례식은 울산노동자장으로 치러진다. 이날과 26일 현대중공업 정문 인근에서 추모집회와 영결식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