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쳐라, 성차별 없는 평등세상!

104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여성노동권 쟁취! 민주노총 여성노동자대회

지난 8일 ‘104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노동권 쟁취! 성희롱금지법(가칭) 제정! 노동시간 단축! 민주노총 여성노동자대회’가 서울역광장에서 오후 3시 30분에 개최되었다. 우리 연맹에서는 업종별로 90여명의 상근간부들이 참석했다.

여성노동자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제각기 참가단위별로 상징물을 준비했다. 병원노동자들은 간호사나 환자복장을 준비했고 여성연맹 조합원들은 가사노동의 상징이 된 고무장갑을 끼고 구호를 외쳐 주목을 끌었다. 서비스노동자들은 연장영업을 없애고 잠좀 자자는 염원을 담아 잠옷을 입고 참가했다. 우리 연맹은 메가폰과 ‘외쳐라 성차별 없는 평등세상!’이라는 짧은 현수막을 준비하고, 차별없이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구호를 외칠 차비를 마쳤다.

더 분노하고 더행동하라는 무대 현수막 앞에서 여성연맹 조합원들이 고무장갑을 끼고 기성가요를 개사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민주노총은 산업재해이자 차별의 상징인 성희롱을 없애기 위해 19대 국회에서 성희롱금지법을 발의할 것이며, 늘어가는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화를 중단시키기 위해 1번에 10개 법안을 100일 안에 통과시킨다는 의미의 1-10-100 투쟁계획을 수립했다”면서 “오는 4.11총선과 8월 총파업을 통해 여성노동자의 행복한 삶과 양질의 일자리를 위해 투쟁하자”고 말했다.

3.8 여성대회는 여성차별철폐를 위해 투쟁해 온 조직과 조합원을 대상으로 모범조직과 모범조합원상을 시상했다. 우리연맹에서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LIG손해보험지부가 분리직군제 폐지투쟁의 공을 인정받아 모범조직상을 받았고, 신한금융투자지부 심진영 조합원이 콜센터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해 노력하여 모범조합원상을 받았다.

이날 집회에서는 현대자동차 아산 사내하청 여성노동자에 대한 성희롱 사건을 계기로 민주노총과 비정규직에 대한 성희롱, 성폭력 설문 및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성희롱 금지법 제정을 위한 공동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가 성희롱 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윤 변호사는 자신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10년 전에 회사를 다닐 때 회식자리에서 한 상사가 저를 무릎에 앉혔을 때의 일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며 민주노총과 함께 성희롱 실태조사를 한 결과 40% 이상이 성희롱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며 이번 경험(아산 사내하청 여성노동자의 투쟁)을 통해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성희롱을 예방하고 성희롱이 발생할 경우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희롱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소희 사무금융서비스노조  신한금융투자지부 부지부장이 심진영 조합원을 대신하여 3.8 여성의날 모범조합원상을 수상하고 있다.

집회는 업종별로 공공운수노조, 공무원노조, 보건의료노조, 여성연맹, 전교조등에서 산업별로 성차별 사례와 투쟁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 후, 결의문 낭독을 통해 △성희롱금지법(가칭) 제정,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정책 강화 △차별적 성별 분리직군제 폐지, 채용·승진 여성할당제 시행 △최저임금 인상, 생활임금 보장 △돌봄노동 서비스 공공화, 돌봄노동자 노동권·건강권 보장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모성보호 보장 △육아휴직 급여인상,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성평등한 노동시간 단축 시행 △대형유통업체 영업시간 단축 및 주휴점제 제정 △노조탄압 중단, 여성 장기투쟁사업장 문제 해결 등을 촉구했다.

대회를 마치고 참석자들은 서울역에서 명동입구까지 행진했다. 3.8여성대회에서는 오랜만의 행진이고 “밤에는 잠좀 자자” :“ 공립 어린이집을 확대하라” “여성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라”등의 구호가 참신해서인지, 길을 가던 시민들이나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오랫동안 바라보며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하기도 했다.

한편, 오늘 여성노동자대회에는 민주노총 산별연맹 대표자를 비롯한 간부와 조합원들, 미국승리혁신노총(CTW)에서 방한한 조셉 기버기즈 전략조직센터 부국장, 로렌 제이콥스 북미서비스노조 서부서비스노동자지부 수석부지부장, 니콜라스 러디코프 국제국 부국장 등이 참석했다.

[3.8  세계여성의날  104주년 민주노총 결의문]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해 더 분노하고 더 행동하라!

“임금을 인상하라!”, “10시간만 일하자!”,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보장하라!”

1908년 3월 8일, 미국 섬유공장에서 일하던 1만 5천여 명의 여성노동자들이 무장한 군대와 경찰에 맞서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박탈된 정치적 권리에 대항해 싸웠던 당시 외쳐진 구호들이다.2012년 대한민국 여성노동자들의 요구도 104년 전 미국 여성노동자들의 요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성평등을 외친지 오래됐지만 성차별의 벽은 오히려 더 강고해지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1년 국가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여성들이 처한 현실은 경제활동참가율 54.5%로 OECD 34개국 중 30위, 성격차지수는 31개국 중 30위다.

일자리 대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절반 수준이고, 여성임금 비율은 남성의 62.3%에 불과하며 여성노동자의 70% 가까이 비정규직이다. 남성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최저임금 미달 비율이 20.6% 수준인 데 비해, 여성은 최저임금 미달 비율이 44.9%에 이른다.

설령 여성 정규직이라 하더라도 수많은 차별을 견뎌야 한다. 여성 정규직 역시도 ‘성별 분리직군’을 통해 만들어진 저임금, 저직급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동일노동’ 자체가 여성들에게 어려운 과제인 것이다. 우리나라 성별임금격차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크다.

노동조합 가입률 역시 고용노동부 2010년 노조조직현황 통계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164만여명 중 여성은 37만여명으로 22.5%에 불과하다. 전체 여성노동자 724만여명 중 5% 가량만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실제 고용불안에 대한 부담을 안고 노조를 결성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노조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매년 고용 갱신을 핑계로 노조탈퇴를 강요받기 쉽다.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지부의 경우 노조자체를 아예 인정조차 하지 않고, 문제해결을 회피하는 사측으로 인해 투쟁이 장기화 되면서 용역깡패의 성폭력을 비롯해 온갖 탄압에 내몰리고 있기도 하다.

100년 전 “10시간만 일하자”는 구호도 현재 진행형일 수 밖에 없다.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것은 ‘성평등한 노동시간 단축’이다. 정부가 일가정 양립정책 일환이라며 시행한 ‘유연근무제’ 등은 노동시장에서의 성별분리 및 노동과정에서의 성별분업을 고착화시키며 여성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내몰고 있는 정책이다. 모든 노동자에게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 되어야만 고용상태에서 남녀가 동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다.

우리는 오늘 이같은 현실에 대한 절박한 심정으로 여성 노동자의 비정규직화를 중단하고 여성노동자에 대한 모든 차별을 해소하며, 성평등한 노동시간 단축을 실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발걸음을 떼기 위한 단초로써 다음 사항을 요구한다.

하나, 19대 국회는 여성노동권 강화를 위해 성희롱 금지법(가칭)을 제정하고 여성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정책을 강화하라!

하나, 노동시장의 성별분업을 고착화시키고 여성의 비정규직화를 촉진하는 차별적인 성별 분리직군제를 폐지하고 채용·승진 여성할당제를 시행하라!

하나, 저임금 노동자 양산하는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생활임금 보장하라!

하나, 돌봄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돌봄노동 서비스를 공공화하며, 돌봄노동자 노동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라!

하나, 모성보호 조차 소외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 대한 모성보호 보장하라!

하나, 육아휴직 급여인상하고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하라!

하나, 비정규직 양산하는 유연근무제 확산 말고, 일생활 양립을 위한 성평등한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하라!

하나, 서비스노동자 건강권 보호와 에너지 절감, 중소상인 보호하는 ‘대형유통업체 영업시간 단축 및 주휴점제 특별법’을 제정하라!

하나, 노조탄압 중단하고 여성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 해결하라!

우리는 이같은 3.8 여성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직종을 넘어 세대를 넘어 연대할 것을 결의한다. 또한 가장 탄압받았던 104년 전 미국 여성노동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중 삼중의 탄압을 받는 여성 노동자로서, 여성노동권 쟁취!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2012년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의 선봉에 설 것을 결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