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여성위, 직장내 성희롱 실태조사와 대안연구 토론회

지난 8월 30일(화) 오후 2시에 민주노총 13층 교육장에서 여성노동자 직장내 성희롱 실태조사 및 대안연구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노총 여성위원회가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민주노총 소속 여성 조합원 16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담은여성 노동자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 및 대안연구보고서를 펴낸데 따른 것이다.

민주노총이 성희롱 관련 실태조사에 나선 것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하청 여성노동자가 성희롱 피해를 당하고도 도리어 회사에서 해고된 후 복직투쟁을 전개하고 있고 여타 업종에서도 비정규직에 대한 성희롱 피해보고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박승희 여성위원장은 실태조사의 취지를 설명한 후 ‘조사결과와 문제점, 그리고 연구진들의 제안을 참조하여 여성위원회 안에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토론회는 김정혜 연구원의 실태조사결과 보고, 소라미 변호사의 법적 제도적 대안연구에 대한 발제후 권수정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성폭력피해자 대리인의 토론, 우리연맹 은종민 증권노조 하나대투지부장, 황현숙 서울여성노동자회 회장의 주제별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여성위원회가 연구용역을 발주한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는 응답이 전체의 39.4%, 피해자가 입은 성희롱 종류는 평균 3.24개였다.

특기할 만한 것은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더 직접적이며 다양한 성희롱에 노출돼 있으며 횟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이 2년 동안 경험한 성희롱의 종류는 평균 3.11개였지만, 비정규직은 3.76개였다. 사내하청·파견 등 간접고용 여성 노동자는 4.02개로 이보다 더 많았다.

성희롱 유형별로 봐도, 비정규직이 더 노골적인 성희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밀한 장소로 유혹하는 성희롱 경험은 정규직이 0.6%에 그친 반면, 비정규직은 3.4%였다. 원치 않는 만남 제의도 정규직은 2.2%에 머물렀지만 비정규직은 6.8%에 이르렀다. 엉덩이·가슴 등 신체 특정 부위 응시로 인한 모욕감을 느낀 경우도 정규직은 8.3%, 비정규직은 13.6%였다. 음란한 글, 이미지, 전화로 인한 피해는 정규직이 6.6%, 비정규직은 10.1%였다.

성희롱을 이익형 불이익형으로 나눴을 때, 불이익(트집 잡기, 결제 늦추기, 인격모독, 악의적 소문)을 대가로 한 성희롱(18.2%)이 이익(승진, 계약 갱신 등)을 대가로 한 성희롱(12.8%)보다 더 잦았다. 불이익형 성희롱피해자는 정규직(16.4%)보다 비정규직(27.8%)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이익형 성희롱도 정규직(10.2%)보다 비정규직(26.1%)이 많았다

조사연구에 참여했던 김정혜 객원연구원은 고용 안정성 변수는 성희롱 경험률에서 유의미한 작용을 하지 않지만, 성희롱의 종류와 정도에서 유의미했다고 지적하고, 비정규직이고 간접고용일수록 더 다양한 성희롱을 경험할 뿐 아니라 일상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가벼운 성희롱보다는 의도적이고 직접적이며 노골적인 성희롱을 겪고 직장 내 관계에서 더 쉽게 성적 대상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고객이나 거래처 관계자 등 업무상 관련은 있으나 직장 내 근로관계가 없는 제3자의 성희롱 행위도 규제할 수 있도록 정의 규정을 확대하고, 대가형 성희롱의 성립요건을 정의할 때도 고용상 불이익으로 한정하지 않고 업무와 무관하게 불이익을 받는 경우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조치로 작업 거부권 도입, 피해구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권고 이행 강제 방안,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마련, 산업재해 적용 등을 제도개선 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권수정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성폭력 피해자 대리인은 “막상 성폭력 사태를 겪고 보니 온 사회가 덤벼들어서 피해자에게 ‘네가 나쁜년’이라고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분개했다. 아울러 현장에서 성폭력 문제는 결코 교육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서 ‘관리자가 성희롱 예방교육의 주체이기도 하고 직접 성희롱 가해자’이기도 한 기묘한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했다. 권 지회장은 여성가족부와 노동부, 인권위원회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가운데 성희롱 피해자는 수십차례의 피해자 진술을 강요당하면서도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개탄했다.

은종민 증권노조 하나대투 지부장은 노조에 상근하는 6년동안 겪은 3차례의 사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노조의 대응사례를 소개했다. 은 지부장은 ‘일반적으로 회사는 성희롱 사건을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처리하려하지 않고 빨리 덮으려고만 한다’면서 사업주에 대한 처벌과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발제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다. 은 지부장은 노동조합의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매년 부서장에게 편지를 통해 회식자리에서 성희롱 근절에 힘써줄 것을 요청하는 등 노조에서 늘 감시하고 있다는 분위기만 만들어도 효과는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성희롱사태가 발생했을 때 고충처리위원회, 인사위원회등 해결기관의 구성원이 대부분 남성이어서 피해자를 힘들게 할 수 있으므로 상급단체나 총연맹에서 일종의 ‘전담팀’이나 ‘출동팀’을 만들어서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황현숙 서울여성노동자회 회장은 “2005년까지는 여성부 산하에 남녀차별개선위원회가 있었으나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로 통합되면서 사실상 성희롱문제에 대한 주무관청은 노동부라면서 노조에서도 노동부의 명예고용평등감독관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성희롱 예방교육때 사업주와 상급자를 반드시 참여토록 하고 인권위 권고를 고용노동부가 이행을 강제할 수 있도록 협력할 수 있는 부처간 협력시스템이 마련되도록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플로어 토론에서 신은정 연맹 여성국장은 ‘과거 성희롱 피해자의 우울증, 적응장애, 공황장애등에 대해 산재보험 적용을 받도록 했던 경험이 있다면서, 산재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피해자는 복직투쟁기간의 생계비용을 일정정도 확보하게 되고, 아울러 근로복지공단이 사용자와 가해자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므로 사용자에 대한 압박수단도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