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을 바라보는 지금, 연대와 통합이 대세”

ING생명지부, 진보정당 통합을 위한 추진위원에 조합원 111명 가입

 “산별노조와 정치세력화는 쌍둥이다” 분회순방시 조합원 교육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지형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진보진영도 예외가 아니다. 이명박 정권 4년, 노동자들은 죽음과도 같은 시간을 보냈다. 정리해고와 노조탄압이 판을 치고 4대강 삽질공사, 전세대란 등 노동자ㆍ서민들의 삶이 바닥을 치고 있다. 내년에는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그런데 어떻게 바꿀까?

그 답의 하나는 진보정치 통합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사회당 등으로 갈라져 있는 진보정당을 하나로 합치자는 것이다. 그냥 합치는 것이 아니다. 사회변혁의 주역인 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계급정당, 진보의 목소리를 더욱 강하게 폭넓게 아우르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진보정당 통합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분당의 아픔과 다양한 입장의 차이들을 넘어 통합에 이르는 과정이니 지난할 수밖에 없다. 힘들고 어렵지만 진보정당 통합을 추동하는 또 다른 힘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이 가맹조직들을 대상으로 진보정당 통합을 위한 추진위원 가입 운동을 전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맹도 중앙집행위원회 결정 이후 추진위원 조직화에 박차를 가해왔다. 연맹 정치위원회를 중심으로 가맹조직 방문 및 간담회 등이 진행되고 있으며 추진위원에 가입한 동지들에 대한 인증샷 올리기, 인터뷰 기사 게재 등의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로 노조창립 2주년을 맞이한 생보노조 ING생명지부(지부장 이기철)가 기분 좋게 ‘스타트’를 끊었다. ING생명지부는 지난 8월 5일 개최된 노조창립기념식장에서 조합원 100명을 추진위원에 가입시켰다. 노조의 정치활동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꽤나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 비결이 무엇인지 듣기 위해 연맹 이두헌 부위원장과 김금숙 교육선전실장이 ING생명지부 사무실을 찾았다. 이기철 지부장을 비롯해 비상근 간부들까지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의례적인 인터뷰로 생각하고 방문하였지만 진보정당에 대한 솔직하고 진지한 얘기들이 오고간 뜻 깊은 자리가 되었다. 이기철 지부장을 비롯한 운영위원 동지들로부터 추진위원에 가입하게 된 동기와 진보정당 통합에 거는 기대와 바람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기철 지부장 : 우리 노동조합 슬로건이 “대중 속으로”이다. 노동조합은 대중조직이므로 대중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가 없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진보정치운동, 진보정치 통합 문제 역시 대중을 떠나서는 얘기할 수 없다고 본다.

추진위원 가입을 위해 준비를 좀 많이 했다. 먼저 조합원 교육인데, 산별노조와 정치세력화를 같이 묶어서 실시했다. 연맹에서 제작한 산별노조 관련 교육동영상이 큰 도움이 되었다. 북유럽의 복지정책이 가능했던 것이 바로 산별노조 건설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때문이라는 내용에 조합원들이 쉽게 많은 공감을 했다. 분회순방을 가서도 항상 먼저 교육동영상을 틀어주고 시작했다. 얼마 전 노조 창립기념일에도 산별노조와 정치세력화 의제를 같이 걸고 준비했다. 이것이 주효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써 조합원 다수를 추진위원에 가입시키는데 성공했던 것 같다.

진보정당 통합에서 한 가지 드는 생각은 그동안 진보정당 속에 ‘노동’이라는 것이 있었는가 이다. 민주노동당이 ‘노동’으로부터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경과하면서 ‘노동’이 유명무실해지고 당권파 문제라든가, 사상의 문제라든가로 분분하면서 ‘노동’이 배제되고 빠져버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앞으로는 전혀 다른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바로 진보정당 속에 ‘노동’이 중심에 자리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 논의 과정을 보면 다양한 입장들이 있는 것 같다. 나 나름대로도 의견이 있지만 긴 얘기고, 지금은 그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통합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물론 정당이라는 것은 꼭 하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12년을 앞두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노동자ㆍ서민에게 요구되는 하나의 담론은 바로 ‘연대와 통합’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노동자 대중이 정치의 중심에 발을 딛게 되고 그로부터 정책적인 방향이나 사회시스템에 개입함으로써 정치가 제대로 설 수 있어야 한다.

한편으로, 연맹이나 주변의 동지들에게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아마도 처한 조건과 환경은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문제는 ‘헤쳐 나갈 의지가 있느냐’ 일 것이다. 사실 고민이나 토론은 많이 하지만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움직였는가에 대해서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 역시 그에 따라 나오는 것이다. 정치 사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것 해 주십시오’ 그냥 던져 놓고 마냥 기다리는 것과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조합원들에게 더욱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 결과에서 반드시 차이가 난다. 우리 모두에게 말로만이 아닌 발로 뛰는 자세가 더욱 절실한 때가 아닌가 싶다.

지명환 교육부장 : 개인적으로는 진보정당 통합에 큰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별다른 철학적 견해라든가 하는 거창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과거 민주노동당의 발자취를 보면서 처음에 취지는 좋았지만 결국 분당되는 것을 보면서 새로운 진보정당이 설립된다 한들 큰 기대를 걸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 시점에서 보면 진보정당 통합은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생각한다. 이기철 지부장 얘기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보정당이 건설되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는 진보정당을 탈당한 상황이지만 새로운 진보정당이 만들어지면 가입할 생각이다.

 
김준상 문화국장 : 사실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 방송 뉴스를 볼 때 주로 정치 이슈가 나오는 10분 정도는 뛰어 넘고 뒷부분만 본다. 신문도 정치면은 아예 안 볼 정도다. 예전에 민주노동당이 만들어지고 나서 노동자들이 많이 노력해서 국회의원 의석에 진출하는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바 있다. 그런데 이후 행태들을 보면, 글쎄.. 기존 정치세력이나 정당들과 비슷해져 가는 듯해 실망을 많이 하게 됐다. 최근에 들은 얘기인데,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더라. 민주노동당이 흩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맞는 얘기다 싶었다. 이제 다시 뭉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 전에 한 울타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헤어졌다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앙금을 다 털어내야 할 터인데, 아직 그렇게 안 되는 것 같다. 올해 노동절 대회 때 단상에 올라선 분당된 당 대표들을 보니 서로 적대시 한다는 느낌마저 받았다. 같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앞으로 통합을 하려고 한다면 과거의 앙금일랑 말끔하게 털어내야 할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진보정당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이명호 사무국장 : 과거에 보면 민주노동당이 2004년 총선에서 13% 넘게 지지를 받았다. 국회의원을 10명이나 배출했다. 그런데 그 이상의 지지율로 나아가지 못했다. 노동자ㆍ서민을 위한 정책개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으로서 갑자기 제도권에 진출해 열심히는 했지만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제대로 된 정책을 펼쳐 국민들의 지지율이 올라가 의석을 좀 더 확보해내고 그렇게 되었다면 과연 분당이 되었겠는가. 그런 와중에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대꾸를 하지 않으니 종북주의 정당으로 따가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문제 역시도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율이 당시 훨씬 더 높은 수준에 있었더라면 제기되지 않았을 것이다. 새로운 진보정당도 단순히 통합만 해서는 크게 발전할 수 없다고 본다. 정책적인 대안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현실 불가능한 정책들이 아니라 현실에 가까우면서도 나아갈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해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율을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 무상급식이 좋은 예이다. 예전에는 무상급식이 실현될 것이라 상상조차 하지 못했지만 현실화 되었다. 10년 뒤 필요한 정책 뿐 아니라 당장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어떻게 제시하느냐가 진보정당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 본다. 또 한편으론, 민주노동당 관계자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 민주노동당 중앙위원으로 민주노총이 많이 할당돼 있다. 그런데 실제 중앙위원회를 하면 (민주노총 사람들이) 거의 안 온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내부에만 관심이 있지 당 일에는 별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당은 밑에서 요구들이 올라와줘야 제대로 운영된다. 민주노총이 당을 만들었으니 민주노총 내부로부터 대안을 만들어 당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당은 만들어놓고 제대로 이용하지 않거나 심지어 민주노총이 당을 버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정당운동은 무엇보다 당원들의 직접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과정에서도 유념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김정화 운영위원 : 사실 나는 정치에 제일 관심이 없는 세대인 30대 직장인이다. 지난 번 촛불시위 때도 10대들이 앞에 나갈 때 조용히 있었던 세대의 하나이다. 경제기사를 보면 88만원 세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내가 추진위원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노조활동에 참여한 계기와 비슷하다. 지금 보수는 강한데, 보수진영과 나란히 대적할 수 있는 진보세력이 너무 약하다. 보수진영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진보정당이 생겨나면 나와 같은 세대들을 좀 더 이끌어주고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정치를 잘 모르기는 하지만 노동조합이 진보정당 활동을 통해 더욱 큰 틀에서 조합원들의 권익을 대변해줄 것이라는 생각에서 가입하게 되었다.

문혜원 사무국장 : 노동조합이 진보정당 통합을 위해 활동을 할 때 조합원들에게 좀 더 다가가기 쉬운 방법을 잘 찾아서 해야 할 것 같다. 나만 해도 노조 상근을 1년 반 정도 했으니 교육이나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나마 진보정당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일반 조합원들한테는 아직은 어려운 얘기이며 그들은 현재로선 진보정치에 관심조차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추진위원에 가입해라 한다면 ‘이게 뭐지?’,‘쓸데없는 서명 아니야?’ 이럴 수 있다는 것이다. 분회순방을 하면서 산별노조와 정치세력화는 쌍둥이다, 함께 가야한다,는 식으로 설명을 했더니 조합원들이 쉽게 이해해주더라. 우리 지부도 더욱 노력하겠지만 다른 조직들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