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철회하라 !

헤지펀드 활성화와 투자은행 육성, “위험하다”‥한목소리

“정부는 헤지펀드가 금융산업에 대한 ‘헤지’(위험회피)기능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주장입니다. 주식시장은 제로섬 게임입니다. 한쪽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 있으면, 다른 한쪽에서는 돈을 잃는 사람이 있게 마련 아닙니까? 여기에 무슨 ‘헤지’가 가능하단 말입니까?”

정용건 연맹위원장은 오늘 오전 10시 금융위원회 앞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통해 헤지펀드에 대한 정부의 주장은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연맹과 시민사회네트워크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은 경실련,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상상연구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새세상연구소,투기자본감시센터, 참여연대, 그리고 우리연맹으로 구성된 ‘금융규제 강화와 투기자본 과세를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이하 시민사회네트워크)’가 주최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7월 27일 입법예고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개정안의 핵심은 헤지펀드 도입과 활성화 그리고 대형투자은행 육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우리 연맹은 지난 6년간 지속적으로 자본시장통합법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고,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계경제의 흐름 역시 연맹이 강조해 왔던 것처럼  금융의 본원적인 역할과 기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며 한국경제를 헤지펀드의 투기장으로 만들려 하고 있으며, 시민사회네트워크는 금융위원회의 헤지펀드 활성화와 투자은행 육성에 대해 강력한 항의를 전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개최하게 됐다.

첫번째 규탄발언에 나선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선임간사는 “어느때 보다도 가계경제가 어려운 상황인데도, 헤지펀드를 통해 단기수익을 올리려는 그릇된 희망을 품고 엉뚱한 짓을 하는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사태로 서민들의 눈에 피눈물이 흐르는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운영위원장이자 연맹 부위원장도 ‘김석동이 한국경제를 헤지펀드에 넘기려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헤지펀드, 신용평가사, 파생상품을 꼽고, 유럽 재정위기의 본질이 헤지펀드에 있었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면서, ‘금융시장을 헤지펀드의 놀이터로 만드는 것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회견문은 이기웅 경실련 경제정책팀 간사와 이규호 증권노조 위원장이 낭독했고 기자회견에는 시민네트워크 소속 연구소와 연맹 임원 외에도 증권노조 지부 대표자들과 간부들이 함께 참석했다.

한국경제 파탄내는 헤지펀드 도입과 대형투자은행 육성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철회촉구 기자회견문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2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였다. 여러 가지 미사여구로 잔뜩 포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개정안의 핵심적 내용은 ‘헤지펀드 도입과 활성화’ 그리고 ‘대형투자은행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업의 세계적인 흐름은 ‘금융을 위한 금융, 부자만을 위한 금융’이 아니라, 금융의 본원적 역할과 기능을 강조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는 역사적 교훈과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며 한국 경제와 자본시장을 헤지펀드의 투기장으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것이다.

  일명 자통법으로 알려져 있는 이 법은 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인 김석동이 재정경제부 재직 당시 실무책임자로서 초안을 짰다. 그 핵심적 내용은 증권, 선물, 자산운용, 투자자문 등으로 분리되어 있는 자본시장을 통합함과 동시에 규제를 포지티브 시스템에서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함으로써 자본시장을 선진화하고 대형 투자은행(IB)의 탄생을 촉진시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통법은 2006년 제정안이 발표될 당시부터 시민사회는 물론이고 금융노동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왜냐하면 법안의 제정 의도 자체가 기업들에게 안정적으로 장기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함으로서 경제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자본시장의 본원적 역할, 즉 금융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절정에 달한 2009년 2월 자통법이 시행되면서, 선진금융기법과 자본시장의 팽창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대형 투자은행 설립 움직임은 그 명분을 잃었다. 그런데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이 점차 안정되고 있다고 판단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477개 법조문 중 200여개에 육박하는 대대적인 법조문 개정을 통하여 다시 한 번 ‘한국형 골드만삭스’의 탄생과 헤지펀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개정안은 금융산업, 금융시장, 기업, 투자 등 자본시장을 구성하는 네 개의 주요 측면을 모두 손대고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금융산업 측면의 개정에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일반 증권사와는 구별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란 법적 개념을 만들어 ①프라임브로커, ②기업 신용공여, ③내부주문집행 등의 신규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신규업무 중 금융위원회가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은 프라임브로커 업무로서, ‘한국형 헤지펀드’의 활성화 계획과 연계되어 있다. 프라임브로커란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증권대여/자금지원/자산의 보관 및 관리 등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자은행 업무를 지칭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2011년 6월 16일에 한국형 헤지펀드를 연내에 출범시키겠다는 목표 아래 “사모펀드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2010년말 기준, 전 세계적으로 자산규모가 2조 220억불(약 2166조원)에 달하는 헤지펀드는 금융시장의 불안정한 요소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시장을 크게 교란시키고, 그에 따라 증폭되는 자산시장의 변동성을 이용해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추구한다. 한 마디로 헤지펀드는 지난 30년 동안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자산시장에서 투기적 단기매매를 통하여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초토화시켜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중 하나가 바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집요하게 추구하는 대형 투자은행과 헤지펀드였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이들의 무분별한 투기적 거래로 인하여 전 세계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고, 수많은 노동자 서민들이 일자리를 잃고 집을 빼앗겼다. 이런 난리를 치른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헤지펀드 도입과 활성화를 위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겠다는 나서는 금융위 관료들의 정신상태가 매우 의심스럽다.

  시급하게 마련해야 할 저축은행 사태의 해결책과 금융감독체계 개선안을 내놓을 생각은 안 하고 부자들의 돈놀이 방식만을 고민하고 있는 금융위원회의 수장 김석동은 즉각 사퇴해야 할 것이다. 그는 저축은행 부실화의 주요 계기가 된 2006년 8월 ‘8·8클럽 여신한도 우대정책’ 시행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게다가 올 1월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당시 “추가 영업정지는 없다”고 발표함으로서, 주요 관계자들이 거액의 예금을 빼돌릴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반면 많은 서민들에게는 큰 피해를 안겨 주었다.

  헤지펀드 활성화 역시 재벌 대기업과 대형금융기관 그리고 5억 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투자할 수 있는 소수의 부자들만을 위한 사업이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투자가 한계에 달하자 이들에게 부를 늘릴 수 있는 새로운 자산운용 수단을 제공할 목적으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나서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헤지펀드가 거액의 돈을 번다는 것은 역으로 수많은 소액 투자자들이 돈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헤지펀드는 불특정 다수 소액투자자들의 고혈을 빨아 먹고 큰다. 게다가 헤지펀드 활성화로 인해 증폭되는 국민경제의 리스크는 모두 국민들이 떠안게 될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법 개정은 자본시장 본연의 역할인 장기자금 공급을 원활히 하고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활성화로 중소-중견기업, 특히 신성장동력 분야의 자금조달 등에 효율성, 다양성이 제고될 것이라 말하고 있으나, 개정안에서 투자은행에 부여하는 여신 기능은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되는 중소기업들에게 자금을 지원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모펀드나 재벌 대기업집단들이 기업을 사고파는데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 주겠다는 것이다. 결국 개정안은 헤지펀드의 이익극대화에 복무하는 동시에 재벌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부추기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건실한 기업들이 적대적 M&A로 인해 파탄이 날 것이고, 국민경제의 기반 또한 크게 약화될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8월 2일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5,000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이미 정부는 2008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캠코를 통해 7조 4,000억 원의 돈을 투입하여 저축은행 사태의 핵심 원인이었던 PF대출 채권을 사들였다. 이처럼 금융시장의 무분별한 ‘활성화’는 부자들에게는 꽃놀이 패일지 모르지만, 그것이 야기하는 모든 부담은 결국 국민들이 져야한다.

   게다가 최근 미국과 유럽의 국가 부채 위기가 재부상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 금융시장이 전대미문의 패닉에 빠져들고 있다. 유로존과 미국의 부채 위기는 해묵은 악재임에도 불구하고 전대미문의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앞으로 세계경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공공성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헤지펀드 활성화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강화시키게 될 것이며, 그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문제는 저축은행사태가 초래한 사회적 비용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심각할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개악안을 철회하고, 금융안정망 구축에 힘을 쏟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11년 8월 18일

금융규제 강화와 투기자본 과세를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

(경실련,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상상연구소, 새사연, 새세상연구소,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참여연대, 투기자본감시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