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에서 6월항쟁 및 연맹 24주년 기념식

전현직 노조간부 100여명 참석하여 6월항쟁 의미 되새겨

“연맹 역사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뭔가 뭉클한게 있네요”

오늘(6월 10일)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연맹 24주년 및 6월항쟁 기념식에 참가한 한 새내기 노조간부는 행사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이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연맹 24주년과 87년 6월 항쟁을 함께 기억하기 위해 기획된 이날의 행사에는 4.13 호헌철폐 서명을 주도했던 이상재 자유금융노련 초대 정책실장, 김국진 통합사무노련(1995) 초대 위원장, 박용화 당시 대한재보험노조 위원장, 김형탁 전 연맹위원장 등의 선배들과 현직간부 1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 준비위원장을 맡은 장화식 연맹 부위원장이 연맹의 역사를 소개했다. 연맹은 1987년 11월 27일 한국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최초의 산별연맹으로 태어나 수개월동안의 치열한 합법성 쟁취투쟁을 거치고 자유금융노련으로 출발했다. 그 뒤 1995년 보험노련과의 통합, 다시 1999년 민주금융노련과의 통합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정용건 연맹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군부독재 맞서 일어섰던 유월항쟁은 6월의 푸른 신록처럼 한반도를 휘감았다”며 그날의 감동을 전하고,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싸워서 쟁취한 민주주의는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앙상한 뼈대만 남기고 권력은 보수 기득권 세력에게 넘어갔고, 이후 IMF를 거치면서 신자유주의의 더욱 단단한 성곽만 만들어 주었다”고 개탄했다. 정 위원장은 “이제 다시 항쟁을 시작해야 하며, 새로운 진보정당의 힘으로 87년보다 훨씬 단호하고 당당하게 투쟁해야 할 것이라면서, 노동자 민중이 같이 자고 뒹굴 수 있는 큰 그릇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격려사에 나선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사무금융연맹에 대한 압수수색이 노동자들의 집권을 향한 상륙작전에 대한 탄압이라는 점에서, 누구보다도 진보정치 대통합의 길에 헌신했던 사무금융연맹에 준 정권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형식적 민주주의가 경제적 평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87년 체제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면서, 오늘 우리의 해답은 진보정당이고 진보정치”라고 단언했다.

대회사와 격려사를 진행하고 있는 정용건 연맹 위원장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어서 진보정당 대표들의 축사가 있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등록금 투쟁등 연일 촛불이 타오르고 색다른 양상이 펼쳐지는 것을 볼 때, 새로운 변화의 흐름들이 유월항쟁 25주년을 기약하고 있으며, 놀라운 참여의 열기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고,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6월 항쟁으로 쟁취한 민주주의가 사회를 한단계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삶의 민주주의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면서 “지금 진보정치세력이 최종 합의하며 통합의 물꼬를 튼 것은, 삶의 문제를 보수정치세력에 의탁하지 않고 진보정치가 독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안효상 사회당대표는 “24년 전 6월 항쟁의 의미는 억압에 대한 저항이었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주제는 쫓겨나지 않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안 대표는, “일터에서, 거리에서, 삶에서 쫓겨나지 않고 자신과 가족의 삶이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주제임을 잊지 말고 모든 억압받고 쫓겨나는 사람과 함께 하자”고 강조했다.

행사에 함께 한 권기용 동국대 총학생장은 ‘87년에 저는 뱃속에 있었다’는 모두 발언으로 참가자들을 웃게 한 뒤에 ‘6월항쟁은 기억에 없지만, 책에서 본대로 민중들의 승리의 역사, 투쟁의 역사로 기억하겠다’면서 ‘오늘 7시에 광화문에서 진행될 반값 등록금을 위한 1만 촛불행사에 노동자 선배님들과 함께 등록금 문제와 진보정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말로 연대사를 대신했다.

왼쪽부터 민주노동당 대표,  조 승수 진보신당 대표, 안효상 사회당 대표

한편, 민중가수 박준 동지는 ‘80년부터 성당 청년회에서 고등학교 은사이신 정희성 시인의 (시에 노래를 붙인) 너를 부르마 등을 불렀던 추억’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87년 6월에 명동성당에 쫓겨 들어온 상계동 철거민들과 그들이 나눠주던 주먹밥의 기억’이라며 유월항쟁의 정신을 되새기게 했다.

참가자들은 명동성당 들머리 계단에서 함께 어깨를 걸고 아침이슬을 부른 뒤 기념식을 마치고 명동에서 대한문까지 걸어가며, 미리 준비한 음료수를 시민들에게 나누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