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울산 1공장 점거파업이 16일째를 맞는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서울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노동·사회·정당 대표들도 함께 현대차 본사 앞 농성에 돌입키로 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와 노동·사회·정당 대표자 50여명은 30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언급한) 대법원 판결 이후 100일이 넘었음에도 현대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고 관리자와 경찰을 동원한 폭력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폭력탄압 중단 △정규직 전환을 위한 교섭 △비정규직 조합원 석방 등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는 울산에서 상경한 현대차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 14명도 함께 했다. 현대차 울산 2공장 해고자 우상수씨(31)는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2주동안 천막농성을 하다 올라왔다. 우씨는 7년 동안 현대차 하청노동자로 뒷범퍼 장착 작업을 하다 지난 9월 신차 도입으로 공정이 조정되면서 해고당했다.

그는 “2년 이상 일하고 현대차 직접 지시로 정규직과 동일한 일을 했으므로 대법 판결에 따른 정규직 대상인데 오히려 계약해지를 당했다”며 “본사 앞 무기한 농성을 통해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알리겠다”고 말했다.

현대차 의장라인에서 3년을 일하다 해고당한 전경수씨(28)도 “어머니께 해고됐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러 서울 간다고만 했다”며 “정규직 전환과 고용안정이 유일한 요구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부터 양재동 본사 앞에서 노숙 농성에 돌입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저지하는 사측 관리자·용역 경비원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으면서 노숙농성 돌입을 일단 유보했다. 기자회견 직후 경찰은 노조원 8명을 연행했다. 앞서 오전 6시30분쯤 현대차 본사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사측과의 마찰로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에서도 노사간 충돌이 계속됐다. 이날 오전 8시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100여명은 1공장에 이어 2공장 22라인 점거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1000여명의 사측 관리자들과 격렬하게 대치하면서 조합원 5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노조 측은 밝혔다.

점거투쟁에 나선 비정규직 노동자 32명은 울산동부경찰서로 연행됐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성명을 통해 “현대차는 조합원에 대한 폭력이 아니라 사태 해결을 위한 교섭에 나서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러한 폭력사태에 유감을 표하며 현대차에 조건없는 불법파견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 등은 3자가 참여하는 특별교섭단 구성을 제안했다.

사측은 이에 대해 농성 해제를 전제조건으로, 금속노조를 제외하고 사내하청 협력업체들이 참여하는 2+2 교섭에는 참여할 수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