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갈등 부추기는 ‘근심’위

20일 실태조사 보고 ... 현실왜곡 자의해석

“근심위가 노조말살의 전위대인가?”

정부 태도 변화없으면 4월, 6월 총투쟁 불가피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위원장 김태기, 이하 근심위)가 노조활동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민주노총이 “근심위가 노조말살의 전위대로 전락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근심위 실태조사단은 700개 사업체를 선정해 노사 양측에 각각 설문지를 배포했는데, 노사 모두 응답한 곳은 481곳이었다. 실태조사단은 그 중 20% 오차범위 내 샘플 322곳을 분석한 후, 노조활동에 소요되는 총 유급시간은 1년 평균 4,324시간이고 그 중 전임자 활동시간은 평균 1,418시간이라고 보고했다. 더군다나 ‘노조법상 노조활동’을 기준으로한 전임자 활동시간은 연평균 161시간이고 비공식활동까지 포함하면 697시간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21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근심위의 실태조사 결과와 관련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근심위 발표대로라면) 322개 업체의 평균조합원수가 696명이므로 1,418시간(유급전임)을 기준으로 하면 조합원 1400명당 한 명의 전임자를 두게 되고, 697시간(노조법상 노조활동)을 기준으로 하면 2500명당 한 명을 두게 된다”며 “이는 그동안 정부와 사용자가 ‘노조 전임자수가 너무 많다’는 주장과 전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라며 근심위 실태조사의 객관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했다.

 분회순방은 노조활동에서 제외돼

 또, “20% 오차범위 자체가 허구적”이라고 지적했다. 근심위는 회의 수, 교섭위원 수, 평균 회의시간(C) 등의 각 항목별 노사간 응답 차이가 20% 범위내에 있는 것만을 사용했는데, 사실 노사간 의견차가 많이 나는 부분은 사전준비, 회의 후 대책마련, 홍보, 선전, 교육, 분회순방 등 기타 활동시간(D)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회의시간(C)은 연평균 390시간 정도인데 반해 기타활동시간(D)은 1600시간으로 근심위가 의도적으로 노조활동의 상당부분을 포함시키지 않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근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연맹 박조수 수석부위원장은 “20% 오차범위 내의 자료만 사용한다고 근심위 회의에서 결정한 적이 없다”고 밝혀 근심위 실태조사단이 자의적으로 결과를 왜곡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산업별 특성을 고려해야

‘표본의 신뢰도’도 지적됐다. 근심위가 표본으로 삼은 322개 사업장 중 민주노총 소속은 37개에 불과하고 한국노총 소속이 240여개, 내셔널센터에 가입하지 않은 곳이 40여개에 이르며, 5,000명 이상 사업장은 51개 중 단 6개만 포함됐다. 전체 조직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민주노총 사업장이 10% 밖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점은 산업별, 사업장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노조활동을 일반화시키는 문제로 이어진다. 민주노총은 소수로 조직된 노조의 활동이 전체 직원들의 복리후생 증진에 기여하는 점, 교대제 사업장(병원, 제조업 등), 전국에 지점이 있는 사업장 등을 고려해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실태조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금융산업의 경우, 전국에 수 백에서 수 천개의 점포가 있어 분회순방만으로 몇 달이 소요되기도 한다. 한 노조 위원장은 “노조 상근자가 두 조로 나뉘어 전국을 일주해도 두 달 안에 마무리하기에 벅차다”며 “노조활동의 기본이자 근간을 뒤엎으려는 시도를 기필코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25일까지 변화 없다면 투쟁 불가피

 민주노총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부적절한 표본, 대표성 없는 표본을 가지고 노동계가 요구한 분석은 누락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된 근심위 분석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실태조사단의 잘못된 분석에 대해 사과할 것과 더불어 원자료를 공개하고 노동계의 의견이 반영된 분석을 다시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23일 항의투쟁을 시작으로 근심위원장 사퇴와 근심위 해체투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언론노조 MBC본부가 전면파업을 진행하고 있고, 28일 건설노조, 30일 운수노조 철도본부와 화물연대의 파업이 예정돼 있다. 또 21일부터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 등이 일제히 파업찬반투표를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25일까지 정부 당국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대결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노-사, 노-정 갈등 부추기는 ‘근심’위

 기자회견에 참석한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사무처장은 “근심위가 노사 중 한쪽만 내면 그것만 반영한다고 해서 부랴부랴 밤새워가며 설문지를 작성해 냈는데 20% 제한에 걸려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분노했다. 유지현 처장에 따르면, 근심위 발표 내용과 보건의료노조의 자체 조사 자료는 기본 2~3배의 차이가 나며 병원의 3교대 특성을 반영할 경우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금속노조의 박유기 위원장은 “현대차와 기아차 노사 모두 자료 안 냈다. 사실을 왜곡하는 실태조사는 가치없다”며 “전임자 문제는 사업장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154,000명 전체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하고 있고 23일 오후에 개표해 26일 발표할 예정이다. 26일에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향후 투쟁일정도 확정한다. 우리연맹 정용건 위원장도 “합리적으로 40여개 사업장에 대한 실태결과를 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은것으로 확인됐다”며 “근심위가 자료를 자의적으로 가공해서 노사갈등을 유도하면 곤란하다. 이런식으로 나오면 민주노총의 결단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