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소비 투자 ‘세 마리 토끼’ 잡으려면

김승원 한국은행노조 위원장 [매일노동뉴스] 기고

 경제의 추락속도와 폭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소비 투자 등 내수가 크게 위축되고 수출도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는 수출은 지난해 11월 -19.5%, 올해 1월 -32.8%를 기록하며 사상 최악의 감소율을 보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경제성장률이 -4.0%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말 전망치 2%에서 두 달 만에 무려 6%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성장률 급락은 우선 고용부문에 가장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이 0%일 경우 전체 취업자가 지난해보다 9만 명 줄어들고 -1%이면 12만 명, -2%일 때는 18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성장률의 곤두박질과 실업의 칼바람 속에 서민경제는 벌써 벼랑 앞에 몰렸다.

통상적인 실물경기 침체가 아니라 금융위기와 맞물린 경기침체는 회복에 서너 배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과거 어느 침체기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우리 경제도 단기간 내에 성장모멘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실물경제 회복시점도 2010년 이후에나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즉 금융불안과 세계경제 침체로 성장이 둔화되고 고용과 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올해 최악의 시나리오는 정부의 재정지출이 총수요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일본식 장기불황의 길이다. 현재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위기극복 대안은 경제위기의 기술적 극복에 초점을 맞추는 데 머물러 있다. 그러나 대외 의존적이고 대기업 중심인 경제구조의 개선노력 없이 기준금리 인하, 유동성 지원 등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방식만으로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대공황에 직면해 루즈벨트가 선택했던 뉴딜정책은 자본주의체제에서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해 놓지 않으면 경제가 제대로 운용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줬다. 뉴딜을 운하개발과 같은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애써 이해하려는 일부 움직임이 있지만 실제로는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인상과 사회보장제도 도입 등 개혁조치를 통해 경제의 틀을 바꾸는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미국경제는 장기불황에서 탈피해 최고의 번영기에 진입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정책의 우선순위를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경기부양책에 올인하기보다는 경제 체질의 근본적 변화에 둬야 한다. 실물경제의 대외의존도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의 개방도가 지나치게 높아 대외 충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버리고 적정한 규제의 방어벽을 설치해야 한다. 개방의 폐해를 더 많은 개방으로 막겠다는 무모함부터 그쳐야 한다. 그리고 금융을 자금중개라는 원래의 기능으로 한정하고, 내수기반을 확충하는 것, 즉 노동자·농민이 살고 중소기업이 살아야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믿어야 한다.

공교육 강화·공공의료 확대·네트워크 공기업의 공공성 확대 등으로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투기성 게임의 룰을 바꿔야 우리 경제도 살아난다. 내부의 불평등을 해소해 안으로부터의 성장, 밑으로부터의 성장을 꾀해야 한다. 그러한 시스템을 가진 나라의 경제성과가 월등할 것이고 장차 세계의 표준이 될 수 있다. 이런 해법은 단지 이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그것이야말로 소비를 늘리고 고용과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