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콤비정규 교섭 타결이

비정규 문제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 코스콤비정규 노동자들은 현장으로 돌아갑니다.

마침내 오늘 노사 양측은 코스콤비정규 관련 노사 교섭을 마무리했습니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과 (주)코스콤은 오늘 오전 10시 최종 합의문을 작성하고 노사 양측 대표가 서명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코스콤비정규지부 조합원 76명 중 코스콤 사측은 우선적으로 65명에 대해 별도 직군제 방식으로 직접고용하기로 했으며 나머지 11명에 대해서는 실무협의를 통해 해결하기로 하였습니다. 한편 타결과 동시에 노사 양측이 제기했던 민, 형사상 소송을 취하하고 현장으로 복귀하는 조합원에 대하여 인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습니다. 또한 노동조합은 (주)코스콤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상호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합의는 노사 모두 한 발짝 물러서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한 결과입니다. 코스콤비정규지부 노사 교섭 타결은 노동운동 사상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직접고용을 쟁취한 첫 번째 사례이며 노사가 원만한 합의를 통해 비정규 문제를 해결했다는 선례가 될 것입니다. 물론 조합원 전원이 동시에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노사 모두 11명의 조합원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에 빠른 시간 안에 현장에 복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코스콤비정규지부는 결의를 통해 복귀하지 못하는 조합원들의 생계를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475일 간 함께 했던 11명의 동지들을 잠깐 남겨두고 타결을 결정한 가슴 아픈 상황에 대해 우리들은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변명보다는 실천으로 함께했던 동지들에 대해 책임을 질 것입니다.  

코스콤비정규지부는 총회를 통해 현장 복귀 시점부터 급여 5% 공제, 타결로 인한 미지급 임금 등 일시금 중 10% 공제를 통해 함께 복귀하지 못하는 11명 조합원들의 생계를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이 결정은 11명의 동지들이 현장으로 복귀하는 그 날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증권노조와 사무금융연맹은 11명의 조합원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475일 간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기나 긴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지금까지 투쟁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희망이었습니다. 475일을 동고동락해온, 지금은 가족보다 살가운 동료들의 온기와 8만 사무금융 노동자, 민주노총 그리고 장기 투쟁 사업장 동지들이 보내준 따뜻한 웃음과 격려가 어려운 순간, 작은 희망을 부여잡게 했습니다. 쉼 없는 투쟁 속에서 단련된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자존심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힘든 고비도 많았습니다. 피눈물도 흘렸습니다. 용역들과 경찰들에게 무지막지할 정도로 맞기도 했습니다. 저 곳이 내 사무실인데, 저 건물이 내가 일하던 곳인데, 지금 무심히 지나가는 저 사람이 나와 같이 일하던 사람인데, 남루한 차림으로 한겨울 농성장에서 아침에 눈을 뜰 때 수백 번이고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밥을 굶고 철탑에 오르고 길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삼보 일배를 하며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은 해보았지만 해결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칠 때마다 서로를 보듬으며 지금까지 달려왔고 결국 그토록 염원하던 당당한 노동자로서 자존심을 찾았습니다. 참으로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묵묵히 일하는 이 땅 수많은 노동자에 대한 예의는 사라지고 오직 성장만을 위한 도구로 노동자를 전락시킨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의 문제 해결은 더디고 어렵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코스콤비정규 노동자들은 오늘로서 거리농성을 접고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코스콤비정규 문제 해결을 위해 도와주신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번 문제 해결로 우리 사회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비정규 문제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기쁩니다. 진짜 기쁩니다. 너무 기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마냥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11명의 조합원이 함께 복귀하지 못하고 해결이 미루어진 상황은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그리고 같은 입장에서 함께 격려하고 투쟁했던 기륭전자분회, KTX승무지회, GM대우자동차비정규지부 등 아직도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과 경제위기 때문에 더 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릴 현실은 우리들 가슴을 무겁게 합니다.

코스콤비정규지부, 증권노조 그리고 사무금융연맹이 오늘 가장 강조하고 싶은 점은 코스콤비정규 문제 해결이 우리 사회와 기업들에게 있어 비정규 문제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해고해서 이윤을 확보하겠다는 비인간적인 경영 문화와 노동유연성이라는 미명 하에 차별을 제도화해서 노동자 사이를 분열 시키고, 인간을 한없이 무참하게 만드는 간접고용 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재검토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것만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차별받는 ‘노동’을 정상화시켜 사회적으로 가장 큰 문제인 양극화를 해소하는 진정한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사회적 기업으로 비정규문제 해결을 위해 결단을 내린 (주)코스콤, 증권선물거래소의 발전과 코스콤과 거래소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제 갈등은 해소되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상처가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 덮어야 합니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는 것처럼 지난 475일의 상처가 (주)코스콤을 더욱 큰 기업으로 만들 것이고 증권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증권노조와 사무금융연맹은 비정규 문제 해결을 위해 결단을 내린 (주)코스콤과 코스콤의 대주주인 증권선물거래소를 사회적 책임을 다한 기업으로 인정하고 이제부터 코스콤정규직노조, 증권선물거래소노조와 협력, (주)코스콤과 증권선물거래소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비정규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사업장은 노동조합이 함께해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차별에 맞서 언제나 연대할 것입니다

코스콤비정규 문제 해결의 원동력은 불굴의 투혼으로 싸웠던 코스콤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과 연대의 힘이었습니다. 노동운동이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노동운동의 원칙은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조건이라도 차별받고 고통 받는 노동자가 있다면 노동조합은 연대하고 함께 투쟁해야 합니다. 우리들 역시 이번 코스콤비정규 문제 해결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투쟁의 시작임을 가슴 깊이 새깁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가치는 나눔입니다.

내 자신보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어주고 함께 아파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어느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건강하게 노동할 수 있는 그날까지 사무금융연맹, 증권노조, 코스콤비정규지부는 더 힘차게 앞장서서 연대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지금까지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2008년 12월 29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