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 단식 농성을 마치며...

‘희망을 넘어 승리를 위해’ 더 강한 투쟁을 준비하겠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동산의 흐드러지게 핀 산수유의 노란 꽃망울이 봄이 왔음을 알립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오듯이 찢기고 부서진 코스콤비정규 노동자들의 ‘희망의 거리’도 반드시 승리가 찾아 올 것을 확신하며 지난 21일 동안 보여주셨던 동지들의 깊은 관심과 연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최소한의 고용과 차별을 요구하며 코스콤비정규직 우리 조합원들이 투쟁해 온지 182일 되는 날, 경찰과 용역깡패의 폭력 침탈은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생존과 투쟁의 공간이었던 농성장, 이를 출범한지 보름 만에 침탈한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 정책’과 같이 하는 공권력이라는 이름의 폭력성은 잔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지켜내지 못한 우리의 단결과 조건이 더 깊은 자괴감을 주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절박함 속에서 시작한 청와대 앞 단식 농성

하지만 매일 전국을 돌며 업무보고를 받으며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섬기라고 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정착 청와대 코앞에서 21일 동안 단식 농성을 하며 비정규 차별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목소리에는 눈과 귀를 막고 있습니다.
더구나 대통령의 말처럼 국민을 섬겨야할 노동부, 청와대 비서실, 정부 관료들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대통령의 얼굴만, 입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관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차별과 착취로 점철된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지 않고서는,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명박 정부가 외치는 그 어떠한 경제 살리기, 경제 성장도 단지 공허한 외침일 뿐입니다.

동지들! 이런 현실 속에서도 봄이 오듯이 우리는 다시 일어서고 있습니다.
지난 20여 일 동안 코스콤 본사(증권선물 거래소) 앞 ‘희망의 거리’는 다시 복구 되었고, 3월 31일 코스콤 200일 투쟁 문화제도 알차게 치러졌습니다.
다음날은 연맹 단위노조 대표자들의 동조 단식과 코스콤비정규 투쟁을 조직적으로 받아 안겠다는 결의도 있었습니다.
또한 저의 단식 마지막 날, 학계, 법조계, 시민단체, 노동계 인사 등 2300여명의 코스콤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선언이 있었고, 특히 금융산업노동조합의 연대와 코스콤 불매운동의 결의는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는 코스콤 사측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며 이는 통큰 연대의 큰 성과입니다.

동지들, 우리는 12억 원이 넘는 손배·가압류에도, 공권력과 결탁한 반인권, 반도덕적 감시·미행에도, 코뼈가 부러지고 개처럼 끌려 나간 잔인한 폭력에도, 20여년을 불법과 탈법으로 착취와 차별을 자행해 온 그들의 만행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코 쓰러지지 않을 것입니다.
연맹과 수많은 조직들의 연대가 있었기에 200일이라는 기간 동안 강건히 투쟁을 이어 올 수 있었고 동지들이 있기에 우리는 결코 쓰러질 수 없습니다.
우리의 이 연대와 나눔의 힘을 모아 코스콤비정규 동지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끝까지 투쟁합시다.
이 땅에서 비참한 비정규 노동자들의 삶이 희망이라는 거리에서 승리라는 이름으로 꽃피울 때까지 이 투쟁을 결코 멈추지 맙시다.
우리의 봄, 우리 노동자의 손으로 만들어 냅시다.
저도 빨리 회복해, 노란 산수유가 활짝 핀 코스콤비정규 희망의 거리에서 동지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그 동안 연대해주시고 관심 가져 주시고 함께 투쟁해주신 모든 동지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08년 4월 3일(목)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정용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