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식 비정규 해법은 코스콤농성장 강제철거인가”

11일 새벽, 경찰-용역깡패-구청 직원 혼연일체로 농성장 철거

11일 새벽 6시 40분, 경찰과 용역깡패, 영등포구청 직원이 삼위일체가 돼 코스콤비정규지부 농성장 강제 철거를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15일 만에 경찰과 용역깡패를 동원해 비정규직 농성장을 철거하는 것으로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의 본색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코스콤비정규지부 파업 182일째인 이날 새벽 6시께 경찰은 외부의 연대 단체가 농성장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농성장 주변을 수송차량과 전투경찰로 에워쌌다. 파업 49일째인 알리안츠생명노조 조합원들과 연맹 산하 노조 간부들은 경찰에 막혀 농성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6시 40분께 증권선물거래소에서 대기하고 있던 용역깡패 200여명이 정문을 빠져나와 비닐천막 앞에서 쇠사슬을 묶고 앉아 천막을 지키고 있는 코스콤비정규지부 조합원들을 폭력을 사용하며 끌어냈다. 용역깡패들은 조합원들에게 마구잡이로 욕설과 구타를 했으며 폭력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까지 밀어내며 취재를 방해하기도 했다.

용역깡패들은 정인열 코스콤비정규지부 부지부장과 김은하 증권노조 교육선전실장, 이민정 교육선전부장 등 여성들에게도 폭언을 하며 사지를 들고 길바닥에 내동댕이치기도 했다. 이에 항의 하는 연맹 간부들에게도 욕설과 주먹질을 하며 폭력을 행사했다. 용역깡패는 조합원들을 끌고 가서 경찰에게 넘겼으며 경찰은 조합원들을 에워싸 고립시켰다.

용역깡패가 조합원들을 해산시키자 구청 철거 직원이 칼과 해머, 톱, 곡괭이 등을 이용해 천막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구청직원은 용역깡패의 보호 아래 철거 작업을 했다. 구청 직원과 용역깡패는 철거 시작 1시간여 만에 천막을 모두 철거하고 깔판과 비닐 등 농성에 사용했던 물품을 쓰레기차와 파쇠기에 넣었다. 철거 과정에서 용역깡패와 경찰의 폭력으로 코스콤비정규지부 조합원 6명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다.

연맹은 그 자리에서 바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 노동자들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외면한 채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의 현장마저 폭력과 탄압으로 무너뜨린 이명박 정부를 규탄했다.

정용건 연맹 위원장은 “코스콤 농성장 철거는 단지 일반적 노사관계 문제가 아니라 870만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도전”이라며 이번 사태를 규정했다. 정용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고 경찰 인사가 끝난 뒤 이루어진 첫 번째 공권력에 의한 침탈”이라면서 “우리는 더 이상 갈 곳이 없기 때문에 비닐을 뒤집어쓰더라도 이곳을 지킬 것이고 내일 청와대 앞에서 강력히 항의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영수 코스콤비정규지부 지부장은 “우리는 끝까지 평화적으로 대화하기를 원했지만 저들은 폭력으로 대응했다”면서 “처음 우리가 농성을 시작했을 때 비닐 한 장으로 시작해 농성을 이어갔듯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종면 증권노조 위원장은 “농성장이 철거되고 있을 때 9층 사장실에서 이종규 사장이 내려다보고 있었다”면서 “깡패와 폭력경찰을 동원해 우리를 짓밟더니 이제 공무원까지 동원했다”면서 코스콤 자본을 비판했다.

이해삼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코스콤 비정규 노동자들이 회사에서 쫓겨났기 때문에 긴급 피난처를 이곳에 마련하고 추운 겨울을 보냈다”며 “불법을 저지른 사측은 가만히 두고 경찰의 비호 아래 용역깡패를 동원해 조합원만 내동댕이쳤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는 것이 코스콤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는 것이냐”고 따져 묻고 나서 “민주노총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단정 짓고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진 연맹 부위원장은 “오늘 이명박 정부의 실체를 보았다”면서 “이명박이 모시고 섬기는 국민은 강남 금싸라기 땅을 가진 사람, 기업하는 사람이지 비정규직은 아닌 것 같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연맹은 긴급 성명을 통해 “입만 열면 친 자본, 기업하기 좋은 나라, 경제만이 살길이라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 성공시대’를 비정규직 노동자 탄압으로 이뤄내려 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민주노총과 전체 비정규노동자들의 힘을 모아 반드시 총력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맹은 아울러 “이명박 정부의 비정규 해법이 폭력과 탄압이라면 우리는 이명박 정부 타도의 해법으로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맹은 기자회견에 이어 "이명박 정권 폭력 침탈 규탄! 코스콤 파업 투쟁 승리! 코스콤 농성장 ＇비정규희망 마을＇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이후 투쟁 계획을 밝혔다.

연맹은 12일 아침 10시 광화문 금호생명노조 사무실에서 업종본부장 및 업종노조 회의를 열고 11시 청와대 앞에서 ‘코스콤 농성장 폭력 침탈 이명박 정권 규탄 전국단위노조 대표자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에는 전국단위노조 대표자회의를 열어 이후 투쟁 계획을 마련한다. 코스콤비정규지부는 코스콤 본사 앞에서 계속 연좌 농성을 펼치고 저녁에 투쟁문화제를 열고나서 노숙을 하며 농성장을 지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