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선물거래소의 상임감사를 둘러싼 청와대의 행태가 갈수록 가관이다. 지난 7월 24일과 8월 10일 두 차례의 후보추천위원회가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 논란 속에 보류된 바 있다. 그로부터 3개월이 넘도록 상임감사 자리가 공석이더니 급기야 10월 10일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인 권영준 경희대 교수와 정광선 위원(중앙대 교수)이 청와대 외압을 제기하며 전격 위원직을 사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청와대가 상임감사 자리 하나를 놓고 끝까지 이토록 유치하고 한심한 행태를 계속해야 하는지 참으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권영준 교수의 폭로에 따라 청와대가 특정지역 출신,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 재경부 출신 배제 등의 자의적인 인사원칙을 내세워 특정인물을 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등의 외압을 행사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청와대의 외압과 사전내정설로 인해 유능한 인재들은 응모를 회피하고, 기존의 응모한 후보들도 사퇴할 뿐만 아니라, 인터넷공모조차 추진하지 못했다는 차마 믿기 어려운 주장들이 모두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첫 번째 외압 시도는 올 7월부터 시작돼 강금실 전 서울시장 후보캠프에 있던 부산지역 출신 김 모 회계사를 감사자리에 앉히려다 노조의 강력한 총파업 경고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좌초된 바 있다. 그때만 해도 청와대 대변인은 감사선임에 개입한 적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번에 또 감사원 과장인 P 모씨를 앉히기 위해 후보추천위원들에게 외압을 행사하였으며 이를 견디다 못한 권영준 교수 등 2인이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사태가 이 지경에 와서도 청와대는 계속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권영준 교수의 폭로에 대해 청와대의 메신저 역할을 했던 재경부 박병원 차관이 ‘감사인선 관련 접촉사실’을 시인함으로써 더 이상 발뺌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이하 사무금융연맹)은 권영준 교수의 사퇴로 청와대의 외압설이 낱낱이 밝혀진 상황에서 현재의 후보추천위원회가 감사선임 절차를 계속 추진하도록 묵과할 수 없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 제14조 및 정관 등 관련 규정에서 정한 9인의 위원 중 2인의 추천위원이 사퇴하였으므로 형식절차상 분명히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상임감사 선임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도입한 후보추천위원회가 청와대의 외압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거수기 위원회로 전락했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일 이사회에 이어 27일 주주총회를 통해 감사 선임을 강행하겠다고 한다면 증권선물거래소 노동조합과 함께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경고한다.
아울러 노무현 정권에 촉구한다. 그동안 OECD 국가 중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금융환경을 개선하여 동북아 금융허브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 중심에 서있는 증권선물거래소에 대해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코드인사를 내세워 시대착오적인 낙하산 인사에나 목을 매고 있는 정권에게 과연 어떠한 기대를 할 수가 있겠는가. 노무현 정권은 더 이상 국민들에게 실망과 좌절을 안겨주지 말고 부당한 인사외압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하라. 그리고 지금 당장 증권선물거래소 상임감사 인선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 그나마 사과와 반성할 수 있는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