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역과 시정, 광화문에서는 노동자, 농민, 학생, 빈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5여만 명의 민중들이 한미FTA저지 2차 범국민대회를 개최하고 "제2의 한일합방, 단군이래 최대의 사건 등으로 지칭되는 한미FTA 협상이 전 국민적 의견수렴이나, 토론, 사회적 합의도 없이 또다시 일방적으로 강행되는 것에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역사적 폭거에 직면해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장대 같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서울역에서는 오후2시부터 민주노총 주체의 총파업 결의대회가 개최되었다.
결의대회에서는 미국의 숭리혁신연맹(조합원 600만명)의 니콜라스 알랜 국제 캠패인 국장과 미국노총(조합원 900만명)의 제프 보그트 정책국장도 참석해 한미FTA저지 연대의 목소리를 전했다.
오후4시에는 시청 앞 광장에서 노동자, 농민, 빈민, 학생 등 약 5만 여명이 모여 "정부는 한미FTA 협상을 즉각 중단할 것과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노무현 정권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2차 범국민대회에서 각 부문별 대표들이 단상에 모두 올라 한미FTA협상이 국가 경제 전반과 주권, 사회양극화 심화 등 민족의 운명을 한꺼번에 파괴하는 엄청난 일임에도 노무현 정부는 이를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분명하게 반대하며 즉각적인 협상 중지를 모두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교수학술공대위 김세균 위원장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졸속협상을 걱정하는 오늘, 국민의 머슴인 정부가 폭력경찰을 앞세워 국민을 몰아내고 호텔에 깊숙이 숨어 오직 미국대표들과 마주하는 처참한 광경은 군부독재의 살기와 이완용 일파의 광기를 동시에 연상시킨다"고 주장했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가 한미FTA를 체결하면 무역에서 단기적으로 4조 손해, 장기적으로 5조 손해, 고용이 단기적으로 8만5천개 감소한다고 인정하면서도 국내총생산이 1.99% 상승, 고용이 장기적으로 10만개 늘어난다고 강변하고 있다"며 "그러나 무역 손해가 점점 늘어나고 농업, 금융, 서비스업, 제조업 등이 다 망하는데 어떻게 생산이 늘고 일자리가 생기겠냐?"며 정부의 주장은 한낱 허구라고 비난했다.  

금융부문 대책위 공동위원장인 연맹 정용건 위원장도 "한미FTA가 성사된다면 한국사회는 미국자본의 투기천국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용건 위원장은 "골드만삭스가 진로를 샀다가 팔면서 3조원의 이익을 남기고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면서 4조 3천억 원을 챙기고 세금 한 푼 안내고 있다"며 "지금도 이 지경인데 100% 개방하면 우리 경제는 희망을 잃게 되고, 투기자본의 천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연맹 양경규 위원장은 "IMF 이후 미국이 요구하는 것을 수용했던 우리 경제가 지금 내수경제의 완전한 파탄에 빠져있다"며 "한미FTA는 1997년 IMF를 빌미로 미국이 강요한 개방과 정리해고, 규제철폐와 공기업 사유화(민영화)를 협상이라는 이름으로 아예 100%까지 밀어붙이려는 미국의 새로운 강압"이라고 규정했다.

한미FTA저지 각계 부문대표들의 발언 이후 참가자들은 "노무현 정부 퇴진을 민중의 손으로 이뤄내자", "청와대로 진격해야 한다" 등 한미FTA 협상을 이렇게 까지 졸속으로 밀어 붙이고 있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강력한 분노를 드러냈다.

이어 참가자들은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과 영화인 문소리씨가 공동으로 낭독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한편,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정부가 국민들의 의사를 짓밟고 끝내 한미FTA를 강행할 경우,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으며 노무현 정권 퇴진과 협상 저지를 위한 모든 행동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연맹도 5개 업종본부와 각 소산별 노조 등 약 300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석해 "금융시장 개방으로 인해 경쟁력의 강화라는 정부의 논리는 완전한 허구이며 개방에 따른 투기자본의 유입으로 인해 국가 경제 파탄과 정리해고 등에 따른 노동자 생존의 박탈은 결코 허용할 수 없으며 노무현 정부는 한미FTA의 환상에서 깨어나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