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한미 FTA 2차 정부합동 공청회가 한미FTA저지 범국민 공동운동 본부(이하 범국본) 소속 시민단체와 농민들의 거센 항의 속에 결국 무산됐다.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 열린 이번 한미FTA 공청회는 시작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됐던 1차 본 협상의 내용을 먼저 공개하라는 ‘범국본’ 회원들과 농민들의 거센 요구로 시작되어 사실상 공청회는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공청회로써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정부의 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가 개회사를 낭독하던 도중 갑자기 농민단체 회원이 "뭐하는 겁니까? 공청회입니까? 아니면 정부의 입장을 발표하고 홍보하는 설명회 입니까?"라는 발언이 나왔고 이어 연맹 전국농협노조 선재식 위원장도 "농민과 노동자의 입장은 한마디도 들어 보지 않고, 인사말이라고 정부 측 홍보성 발언인 하는 것이 공청회를 제대로 하자는 건지 아니면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려는 건지 제대로 하라"고 말했다.

이어 공청회장 곳곳에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소속 회원들과 농민들은 여론을 무시한 채 진행되는 한미 FTA 체결을 결사반대하고 1차 본 협상의 내용을 즉각 공개하라며 단상에 올라가 연설을 막았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미국과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맞서며 범국본회원들과 고성과 함께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날 공청회는 제조·일반분야, 기타 분야, 서비스 분야, 농수산 분야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범국본과 농민들의 공청회 중단, 1차 협상 내용 공개를 요구로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오후에 재개된 공청회에서 김종훈 수석대표는 "오늘 공청회는 오후 4시30분 마치겠다"며 "다시 공청회를 개최하자는 요청은 재량으로 즉답 어렵기 때문에 정부안에서 협의해 보겠다"고 말해 사실상 공청회는 무산됐다.

박석운 범국본 공동 집행위원장은 "정부는 국민들에게 1차 통합협정문을 전혀 공개 하지 않으려하면서 공청회 절차도 하루 전에 발표하는 등 기습적으로 한미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 1차 공청회에서도 제조업 의견청취 부문에서 발언자들은 FTA를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공청회에 앞서 범국본은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1차 협정문 초안을 즉각 공개하라"며 "요식행위에 불과한 공청회를 즉각 중단하고 노동자, 농민, 제 사회단체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